잭 더 리퍼, 유일한 여성 용의자 [미스터리]
지금 머릿속으로 ‘잭 더 리퍼’를 떠올려보세요
머릿속으로 어떤 모습이 떠올랐나요?
아마도 모자를 쓰고 안개가 깔린
런던의 좁은 거리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차가운 살인자의 이미지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잭 더 리퍼의 성별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잭 더 리퍼가 여성일 수 있다는 가설은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건 당시 경감조차도
살인범이 여성일 수 있다는 의혹을 표명했으며,
셜록홈스의 창작자인 아서 코난 도일 경 또한
잭 더 리퍼가 여성일 수 있다고 추측했기 때문이죠

이 가설은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아닌,
질 더 리퍼(Jill the Ripper)로 이름 붙게 됩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잭 더 리퍼 사건의 유일한 여성 용의자였던
메리 피어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메리 피어시는 1866년,
어머니 메리 엘레노어 휠러(Mary Eleanor Wheeler) 와
아버지 토마스 휠러(Thomas Wheeler)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880년, 그녀가 겨우 14세였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지역 농부인 에드워드 앤스티(Edward Anstee)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1월 29일 처형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10대 후반이 된 메리는
목수 존 찰스 피어시(John Charles Percey) 와
연인이 되었으나
얼마 안 가 종교적인 갈등으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의 성씨를 딴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
프랭크 호그(Frank Hogg) 라는 남자와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결코 로맨틱한 만남은 아니었죠
메리 외에, 프랭크에게는 이미
피비 스타일스(Phoebe Styles) 라는 애인이 있었거든요

얼마후 1888년, 그는 애인 피비 스타일스와 결혼을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럼에도 메리와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만남을 지속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890년 10월,
피어시는 프랭크의 아내인 피비와 그녀의 딸 티기를
자신의 아파트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거리에서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이튿날 한 아이의 시신또한 발견됐습니다.

시신의 주인은 예상하셨듯이..
피비와 그녀의 18개월 된 딸이었습니다

남편 프랭크의 주변인이었던 메리또한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고,
조사 당시 불안해보이는 태도로 경찰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이후 경찰은 메리의 아파트를 수색하면서
피 묻은 칼과 옷을 압수했고
1890년 11월 18일 화요일,
그녀는 메릴본 경찰 법원에 출두해 재판을 받았습니다.
목격자들은 사건 당일 메리가
검은색 숄을 덮은 유모차를 끌고 가는 걸 보았다고 주장했죠


무엇인가 가득 실은 유모차를 힘겹게 끌고 가던 메리는
주변인들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또한, 이전에 메리는 피해자에게
수상한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죠

여러 증언을 토대로, 경찰은 유모차를 사용하여
시신을 범죄 현장에서 옮길 수 있는지
직접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유모차가 완전히 성인의 몸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직접 유모차에 올라타서
웅크려 보았습니다.”
-당시 경찰의 묘사

그리고 유모차는 거리에서 복도를 지나 주방까지 아주 쉽게 굴러갈 수 있었죠
모든 정황이 메리 피어시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추측에 따르면 사건의 정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메리 피어시는 피비와 그녀의 아이를 아파트로 유인했다.
- 피비의 목을 벤 뒤, 그 시신을 유모차에 실었고 무게로 인해 아이가 질식사 했다.
- 그대로 유모차를 거리로 끌고나가 시체를 유기했다.


"두피는 뒤쪽에서 심하게 찢어졌고,
두개골의 뼈는 골절되었으며
일부 파편은 뇌를 관통했습니다.
목이 잘리고 척추가 갈라져서
머리는 목 뒤쪽의 근육과 피부로만 몸에 붙어 있었습니다.
피부와 근육은 절단 부위에서
많이 뒤로 젖혀져 있었으므로
절단은 체온이 남아있을 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 전체에 엄청난 양의 피가 엉겨 붙어 있었고,
두피 아래로 피가 많이 흘러내렸습니다.
제 생각에 사망 원인은 두개골 골절과
목의 절단이었습니다.
두개골 골절만으로도 사망을 초래하기에 충분했지만,
옷에 변이 흘러있었던 것을 보아
타격으로 인한 경련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측되며
이를 보아
즉시 사망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10월 26일, 저는 현장의 뒤쪽 주방을 살펴보았습니다.
주방의 천장과 벽에는 피가 튀었고,
주방의 여러 도구에는 피 얼룩이 있었습니다.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아니었습니다.
벽이나 창문에서 볼 수 있는
진흙 얼룩과 비슷한 모양이었습니다.
마치 무거운 도구로 때려서 생긴 것 같았습니다…“
—1890년 10월 25일 토요일 아침 영안실에서
피비 호그의 시체를 검시했던 토마스 본드 박사
이렇게 된 이상 무죄는 물건너 갔으니,
메리는 자신의 정신이상을 주장하며 감형을 원했습니다.
물론 검시관 심문에서
메리 피어시의 계획적 살인이 너무도 명확했기에
고의적 살인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그녀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었고
1890년 12월 23일, 교도소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사형 집행인이었던 제임스 배리는
피어시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단두대에 오를 때 사제는
"당신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까?" 라고 물었고,
그녀는 애매한 대답을 했어요
"내 판결은 정당하지만,
나에 대한 증거의 대부분이 거짓이었습니다."
“Yes; but the greater part of the evidence was false.”

재판 이후, 로이드 주간 신문은
메리 피어시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피어시 부인은 키가 5피트 6인치(약 175cm)
정도 되는 여성으로,
날씬하지도 뚱뚱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잔인한 살인자의 모습은 연상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인상은 온화해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크고, 턱은 형편없었다.
그녀가 피고석 옆으로 몸을 숙여
변호사에게 속삭였을 때 법정은 정적에 휩싸였고,
재판이 끝나고 피고에게 말할 것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모두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얇고 약한 목소리였고 감정이 전혀 없었다."
-메리 피어시에 대해 묘사한 로이드 주간 신문 일부
정말 옛날이라 그런지
신문에서도 직설적인 표현이 많네요

어쨌거나, 그렇다면 메리 피어시는 왜
잭 더 리퍼의 용의자로 거론됐을까요?
때는 1939년 윌리엄 스튜어트가 그의 저서
잭 더 리퍼: 새로운 이론 에서
피어시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당시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6년 5월,
호주의 과학자 이언 핀들리는 리퍼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우표와 봉투에서 DNA를 회수했습니다.


100년 된 DNA로 특정 개인을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는 리퍼가 여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죠
1888년, 이미 영국의 수석 경감인 프레드릭 애버라인도
리퍼의 마지막 희생자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여성이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잭 더 리퍼 사건 당시에는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수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성이었던 메리 피어시는
쉽게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녀의 범죄 방식은
잭 더 리퍼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피어시를 리퍼 범죄와 연결하는
물리적 증거나 목격자 보고는 없습니다.
애초에 여성 가해자에 대한 진술도 존재하지 않고요
그리고 증오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에게서 유사한 특징이 투사되기 마련이지만,
리퍼 피해자들에게서는 피해자인 피비 스타일스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죠

그럼에도 그녀가 용의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범행을 저지른
유일한 여성 살인범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사건에 대해 정리하며 여러 글을 읽어봤는데요,
오늘 주제였던 메리 피어시와는 별개로
잭 더 리퍼를 모티브로한 여러 미디어는
어떤면에서 그를 미화 시켰다고 느꼈습니다
영화나 게임, 소설 속에서 잭 더 리퍼는
마치 전설 속 무시무시한 존재로 묘사되고
사건의 피해자들은 단순히
‘살해된 매춘부’ 정도로 정의될 뿐입니다
오히려 살해 방법을 생생하고 자극적으로 표현하기 바쁘죠
잭 더 리퍼 사건은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그 시대에 만연했던 여성혐오 범죄라고 생각되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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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지금까지 메리 피어시와
질 더 리퍼 가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부 Illustrated Police News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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